[르포] 마카오 공항 입국하자마자…“환율 싸게 해줄게요” 불법 환전상 활개

1. 입국과 동시에 마주한 ‘그들’

마카오 국제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한국인 관광객의 눈에 띈 것은 반가운 환영 인사보다도 먼저 다가온 의문의 인물들이었다. 정체는 불법 환전상이었다.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한 남성은 “환율 좋게 해드릴게요”라며 접근해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내 은행 계좌로 송금하면 현지에서 홍콩 달러로 환전해주며, 카지노에서 수익을 올렸을 경우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했다. ‘카지노 도시’라는 타이틀을 감안하고 왔지만, 입국장에서부터 무허가 환전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공항 주변에 펼쳐진 화려한 조명과 초고층 건물들이 전부 카지노라는 점도 마카오의 정체성을 실감케 했다.

2. 도박의 도시, 마카오의 역사

마카오는 19세기 중반부터 1999년까지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지배받으며 카지노 산업이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마카오는 ‘중화권 유일의 합법 카지노 지역’으로 운영되며 도박 산업의 허브 역할을 했다. 2006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추월, 세계 최대 도박 도시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해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연간 수익은 69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조 원을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확장된 마카오는 2013년에 이르러 역대 최고 매출 63조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도박 산업의 핵심지로 자리 잡았다.

3. 카지노의 중심 COD, 그 안의 풍경

기자가 직접 방문한 마카오의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COD)’는 멜코리조트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복합 카지노 시설로, 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여섯 개를 합쳐놓은 3만9000㎡의 대규모 시설에는 포커, 바카라, 다이사이 등 다양한 게임 테이블이 운영 중이며, 슬롯머신에서는 쉼 없이 동전이 쏟아진다. ‘금지보희(金吉報喜)’라 적힌 기계 앞에서 황금 반지와 목걸이로 치장한 중국인 고객들이 잭팟을 기다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2023년 기준, COD 단일 카지노의 연간 수익은 약 8454억 원으로, 한국 선두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 그룹의 4개 영업장 전체 매출(8188억 원)을 상회한다. 마카오에는 COD보다 규모가 더 큰 카지노가 세 곳 더 있으며, 전체 카지노 수는 약 30여 개에 이른다. 규모와 매출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4. VIP가 사라진 자리, ‘프리미엄 매스’가 채우다

흥미롭게도, 과거 마카오 카지노의 주요 고객이던 VIP층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COD 내부 VIP 전용 구역은 공사 중이거나 빈 테이블이 곳곳에 보였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 이후 고액 도박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2013년에는 VIP 부문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약 43조 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약 5조 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마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다. 바로 ‘프리미엄 매스(Premium Mass)’ 고객이다. 이는 VIP는 아니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고객층을 말하며, 주로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2024년 1월 프리미엄 매스 고객 수는 전년 대비 11% 증가했으며, 이는 카지노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카오 게임감독국(DICJ)은 2023년 카지노 총 매출이 2268억 파타카(약 41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5. ‘작은 런던’으로 진화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카지노 산업의 변화는 공간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런더너 마카오’는 전통적인 고액 도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관광객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대표적인 상징은 실제 런던의 빅벤과 동일한 크기로 지어진 96m 높이의 시계탑. 마카오 한가운데 ‘작은 런던’이 들어선 셈이다.

운영사인 샌즈차이나는 런더너의 재건축 과정에서 총 4000개의 객실을 2400개로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고소득 관광객을 유치하고, 숙박 만족도와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국내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매스 고객 중에는 국내 VIP 못지않은 소비력을 지닌 경우도 많다”며 “중국 단체관광 재개가 이뤄진 만큼 이들 고객층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